생활글/생활 속에서

산중에 홀로있음

leibi 2020. 1. 24. 10:51

1월 24일, 금요일


설 연휴가 시작됩니다. 일상의 분주함에서 벗어나 한가하고 여유있게 지낼 수 있는 시간이지만, 다른 분주함이 시작되는 때이기도 합니다. 명절이 되면 고향과 부모님과 친지들을 의무적으로 찾아갔던 때는 아닌 듯합니다. 지금까지 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했던 일을 하는 시간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은 여행하는 사람들입니다. 국내에서는 어차피 차량때문에 복잡할 것이고, 갈  곳이 마땅찮아 해외로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살기가 어렵다고들 하지만, 해외 여행하는 사람들은 점점 더 늘어나기만 하는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 하는 여행비로 해외에서 즐길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결혼한 것도 아닌 사람들이 결혼한 사람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곳이 수도공동체입니다. 아침부터 잘 때까지, 식사하는 것에서부터 기도와 전례, 작은 일이든 큰 일이든 언제나 함께 하는 누군가가 있습니다. 수도생활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 비해 홀로있는 시간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만, 공동체안에서 개인의 고유함이 묻혀버리고 공동체의 이름으로 개인이 무시될 수 있는 곳입니다. 자유롭기를 갈망한 사람들인데, 얽매임으로 될 수 있는 환경입니다. 수도자들에게 오롯이 자기 홀로 머물 수 있는 장소과 시간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외적인 것과 더불어 내적으로도 자기만의 내적인 방을 만들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리고 외적이든 내적이든 자기 홀로 머무는 그 장소와 시간을 주님과 함께 머무는 시간으로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평소에도 적적한 이곳입니다. 사람들의 왕래가 많지 않으며, 외부의 소음으로부터 떨어져 있으며, 거주하고 있는 사람에 비해 넓은 실내 공간입니다. 물질적으로 부족할지 모르지만, 자연환경과 삶의 조건이 다른 어느 곳 어떤 사람에 비해 넉넉하고 풍족한 곳입니다. 


이런 곳에서 몇 일동안 혼자 지내게 됩니다. 형제들이 가족을 찾아 떠나고, 혼자 남아 아침식사를 하면서 오래 전부터 바라고 있었던 것을 주님께서 허락하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홀로있음의 외로움과 소외감이 아니라 자유로움과 넉넉함입니다. 몇 일만이라도 은수자로서 살라는 주님의 복된 허락에 진심으로 진심으로 감사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