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ibi 2019. 12. 27. 22:03

12월 27일, 금요일


『손잡고 더불어』- 신영복과의 대화, 돌베게, 2017


교도소가 과거의 산적과 같은 사회의 가장 포악하고 잔혹한 사람들의 집결처가 아니라 사회에서 밀려난 가장 약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장소가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약한 사람들끼리의 인간관계는 어깨동무와 나눔이 기본입니다. 많은 부정적인 요인들이 없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깊은 인간관계를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 그 속에 있습니다... 물질적인 것을 나누는 것은 오히려 부차적이고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나눔의 관계라는 것은 우선 자기와 같은 입장에 있다는 사실, 그러니까, 그 처지 자기가 선 자리를 같이 나누어 선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 사람과 같은 평면에 서 있다는 사실이 상대방에 의해서 확인되고 긍정되기 이전에는 자기 처지를 같이하는 그런 나눔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25)


가진 것이 많다고 하여 꼭 행복한 것이 아니고 없다고 하여 반드시 불행한 것도 아닙니다. 부자라고 하여 더 탐욕스러운 것이 아니듯이 가난한 사람이라고 하여 욕심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강한 사람이라고 하여 가까이 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듯 약한 사람이라고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진 것 없는 사람, 따돌림 받고 있는 사람, 소외되어 있는 사람, 변두리에 사는 사람들은 인간의 약함에 대해 더 민감하고 예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다가오심을 빠르고 쉽게 감지할 수 있을 것 같고요. 하느님께서 구유의 낮은 자리와 보잘 것 없는 자리에서 태어났음도 이것을 말해주는 것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