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 벽 앞에서
12월 23일, 월요일
늘 열린 문 하나를 찾아 헤매었을 뿐인지도 모르겠다. 항상 망설였다. 그러다 불쑥 어디론가 달려가 다시 서성였다. 언제나 완강하게 앞을 가로막는 벽 앞에 서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렇게 닫힌 것은 늘 벽이 아니라 문이었을 것이다. 열릴 가능성이 없는 것이 그토록 사람의 마음을 끌지는 않았을 것이므로. 몇 번은, 문이 열리기도 했다. 오래 닫혀 있었던 만큼 더 찬연하게. (『시인의 집』, 전영애, 문학동네, 2015, 221)
☞ 자기 앞에 있는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한 사람이 서 있습니다. 그 문 앞에 서있는 문지기가 그 안으로 들어갈 허락을 주지 않습니다. 기다림과 답답함과 투덜거림과 저주가 체념으로 되었고, 나중에는 자기가 문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는 것을 잊어버릴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기다리다가 자기 앞에 죽음이 서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깨달은 것이 한 가지 있었습니다. 그 문으로 들어가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 그래서 문지기에게 묻습니다. "이 여러 해를 두고 나 말고는 아무도 들여보내 달라는 사람이 없으니 어쩐 일이요?" 문지기는 이 사람이 임종 때가 되었음을 알고, 그의 스러져 가는 청각에 닿게끔 고함질러 말합니다. "여기서는 다른 그 누구도 입장 허가를 받을 수 없었어. 이 입구는 오직 당신만을 위한 것이었으니까." (<법 앞에서>, 프란츠 카프카)
자기 앞에 있는 문은 자기 말고는 다른 다른 사람이 열 수 없습니다. 어찌 문 뿐이겠습니까? 자기를 가로 막고 있는 벽도 자기 몫으로 남습니다. 문을 열기 위한 헤아릴 수 없는 시도, 벽을 타고 넘기 위한 몸부림, 둘러 가기 위한 방황. 이 모든 것들이 이어져 우리 삶을 만들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