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글/생활 속에서
병원에서
leibi
2019. 11. 27. 20:52
11월 27일, 수요일
병원 가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습니다.
친해지려고 노력하고 자주 다니는 것에 익숙해지려고 할 뿐입니다.
자신의 약함을 받아들이는 겸손으로 좋아하는 것을 대신할 뿐입니다.
자신만 아픈 것이 아님은 병원에 가면 실감하게 됩니다.
활기있게 돌아다니는 의료진과 직원들을 제외하고 모두 한 풀 꺾여 있습니다.
치료가 다 끝나고 퇴원하는 사람들도 아직은 활기롭지 않습니다.
병원은 생명의 한 살이 중에서 생명이 시련을 겪고 있는 곳입니다.
타인의 고통과 더불어 세상에 들어오고,
다른 사람에게 기쁨을 선사하는 애기를 거쳐,
생명이 약동하는 젊은 시절과
고생과 고통과 고뇌의 시간을 거쳐 원숙함의 시절,
그리고 자기가 태어났던 곳으로 되돌아 가는 것이 생명의 한 살이입니다.
성당 한 켠에서 기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성당 뒤의 게시판에 기도를 요청하고 주님의 자비를 청하는 메모지가 있습니다.
병원 대기실에 앉아 자기 이름이 불리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재판정에서 판결을 기다리는 피고인들처럼 보입니다.
그들 모두에게 '죄없음'을 판결할 수 없듯이,
병원을 찾고 있는 사람 모두에게 생명의 축복을 선사할 수 없는 것입니다.
어떤 연유로건 진료를 하기 위해 병원을 찾는 사람들은
자신의 근원과 자신이 되돌아가야 할 곳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생일에 꼭 맞는 생각을 하게 해 주신 주님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