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ibi 2019. 11. 17. 18:19

11월 17일, 일요일 


생각을 밀고 나가야 하는 힘이 없으면 깊이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생각을 깊게 하고 넓게 해 나가는데, 체력이 아주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작가들이 체력 단련을 소홀히 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작가의 성향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작가는 자기절제와 조절에 뛰어난 사람처럼 보입니다. 이런 면에서 구도자와  똑같습니다. 어찌 작가뿐이겠습니까. 어떤 일을 하고 그것으로 먹고 살고, 조금 더 나아가 어떤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단련하고 작은 자기를 넘어서지 않으면 안됩니다. 일에 용두사미가 있는 것처럼 생각에도 용두사미가 있습니다. 번쩍하며 떠오른 멋진 생각을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아, 시작했는데 어는 선 이상에서 앞으로 나갈 수 없고 도무지 실마리가 풀리지 않는 경우를 얼마나 많이 겪습니까. 이렇게 하면서 '내공'이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 내공이 깊지 않으면 생각을 밀고 나갈 수가 없습니다. 내공이 쌓이고 깊어져야 생각을 옳곧게 드러내고 타인의 심금을 울리는 글을 쓸 수 있습니다. 내공이 깊어야만 무협지에서처럼 손바닥에서 바람이 나와 낙엽을 쓸어내고 사람들을 날려버리는 바람이 나옵 니다. 내공이 깊다는 말은 삶에 대해 알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것도 자기의 체험을 통한 앎이기 때문에 설득력이 있고 감화력이 있는 앎입니다. 내공이 있다는 말은 사람에 대해 알고 있다는 말입니다. 인간의 희로애락과 생로병사에 대해 알고 있기 때문에 인간을 함부로 대하지 않습니다. 인간에 대한 연민과 애정을 기본이고요. 겨울은 내공을 쌓기 위한 계절입니다. 찬바람과 혹독한 추위를 통해 그렇게 되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