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글/생활 속에서

고통을 아는 사람

leibi 2019. 11. 4. 10:14

11월 4일, 월요일

 

"사람들에게 멸시받고 배척당한 그는

고통의 사람, 병고에 익숙한 이였다."

(이사 53,3)

 

고통은 친해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고통의 낯섦, 고통의 지긋지긋함, 고통의 공포와 두려움. 고통은 우리에게 이런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우리의 몸속으로 파고들며 우리의 삶속으로 뛰어듭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오실 때 우리가 두려워하고 떨리듯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고통입니다. 우리의 몸과 정신과 마음을 산란하게 하는 고통은 거의 절대적이라고 할 정도로 친해질 수가 없습니다.몸의 불편함과 친해지는 것은 생활의 불편을 몸소 체험할 때 가능합니다. 고통과 실갱이하며 뜬 눈으로 아침을 맞이하면서 고통의 실체를 알게 됩니다. 고통으로 가득한, 그 고통이 지속될 것만 같은 자신의 삶에 대해 절망하고 낙담하지만 그만둘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어둠으로 빠져듭니다. 고통은 자기자신으로부터 소외당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빈깡통속에서 마음대로 글러다니는 작은 공처럼 자기와 자신이 분리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하느님으로부터 처절하게 외면당하는 것처럼 여겨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주님은 이런 고통에 대해 알고 계셨습니다. 고통받는 사람과 하나되기를 자청하셨습니다. 인간으로서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자기 몸처럼 사랑하는 자녀의 고통을 기꺼이 받아들이려는 엄마, 그 이상입니다. 고통받은 모든 사람과 하나되기를 바라셨기 때문입니다. 그 누구도 바라보기를 원하지 않고, 그 누구도 가까이 하기를 바라지 않은 고통받는 사람이었습니다. 고통을 알고 고통과 친한 그분, 그 고통으로 인한 상처가 새로운 삶에로 들어가는 빛임을 알게 해 준 분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