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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경 80-백성들은 돌아다니지 않는다이거저것/노자도덕경(임채우) 2021. 8. 21. 22:07
사람들로 하여금 다시 새끼를 쓰게 하고, 먹던 음식을 달게 여기고, 입던 옷을 좋게 여기며, 살던 곳을 편안히 여기고, 각자의 풍속을 즐거워하게 하니, 이웃 나라가 서로 바라보이고, 닭 울고 개 짖는 소리가 들려도, 백성들은 늙어 죽을 때까지 돌아다니지 않는다. (<도덕경> 80)
코로나 때문에 불편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생업에 위협을 느끼는 것에 대해서는 할 이야기가 없다. 산업과 경제에 아주 큰 어려움을 주고 있다고 통계 수치와 도표를 가지고 설명들을 하곤한다.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고, '경제가 어려운가 보다'라고 생각만 할뿐이다. 학교수업에도 큰 차질을 빚게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겪고 있는 작은 어려움과 주변 사람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가 없다. 세상살면서 알아들은 것이 있다면, 잃어버린 것이 있으면 얻는 것이 있고, 불편한 것을 견디면 그에 상응하는 자유로움이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에 사람들은 참 많이도 돌아다녔다. 자기 존재를 확인하고 자기가 살아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세상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던 것다. 자기와 다른 사람을 만나는 불편함 보다는 그 사람을 보면서 자기를 확인하려는 욕구가 더 컸지 않나 생각한다. 어느 한곳에 진득히 앉아 자기 자신을 보는 것이 두려워 계속 움직이는 삶에 자신을 맡겼을 수도 있을 것이고. 자기라는 것이 물건처럼 어디에서 발견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자기라고 여겼던 순간일 뿐 실체도 없이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그럴바에야 차라리 떠돌아 다니고 움직이면서 자기를 확인하고 느끼고 싶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더구나 지기 싫어하는 인간의 성향과 다른 사람들이 나누는 이야기에서 소외되고 싶지 않다는 마과 다른 사람보다 우위에 서고자 하는 마음 때문에, 이웃 사람이 방문했고 여행했다는 곳에는 어떻게 해서든지 갔다와야 한다는 마음이 더욱 더 많은 사람들을 떠돌아 다니게 만들었다. 사람들의 떠돎에 대한 바람과 욕구를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코로나 사태가 시작되었다.
국가와 국가 사이에 벽이 생겼다. 가고 싶어도 갈 수 없게 되었다. 받아들이고 싶어도 받아들일 수 없게 되었다. 너희들과 우리들 사이에 벽이 생겼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벽이 생겼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답답함도 있지만, 그 벽을 핑계삼아 쉴 수 있겠구나라는 안도감도 있었다. 코로나가 의식과 의지가 있어 의도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코로나 때문에 지치지 않고 돌아다니고 있었던 사람들의 발이 묶인 것이다. 그러면서 떠돎과 유랑과 더불어 머뭄과 정주가 없다면 우리 삶이 얼마나 황폐해질 수 있는가 알아가고 있는 것이다.
돈없는 어떤 사람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돈많은 사람들, 최소한 그렇게 보이는 사람들이, 자기처럼 돈도 없고 시간도 없는 사람이 감히 생각할 수도 없는 여행을 하고, 그것에 대해 자랑하는 소리를 듣지 않아도 된 것만 해도 감사한 일이라고. 자기 돈 자기가 쓰는 것이고, 자기 시간 자기 나름으로 사용하는 것이지만, 그것을 부러운 눈으로만 바라보아야 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이겠다. 시니컬하게 말하고 비아냥 거리며 삐딱하게 보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코로나 앞에서 사람들이 비교적 평등해 진 것 같다. 그리고 코로나 시대를 지나고 있는 우리 삶의 모습과 <도덕경> 마지막의 도가 구현된 삶의 모습이 겹치면서, '잘 산다는 것이 뭐지'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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